"생각보다 잘 생겼네."
송곳처럼 뾰족하게 날이 선 공기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를 낸 남자에게 향했지만 정작 그 목소리가 향했던 이는 시선 한번 돌리지 않은 채 묵묵히 자리에 서있었다.
"너 지금 수작거냐?"
되려 그 목소리에 반응한 사람은 남자가 기대했던 이와는 달랐다. 남자는 미소 띈 얼굴을 지우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제게 말을 건 이를 바라봤다. 당장 욕지기라도 쏟아낼 듯 이를 드러낸다. 이렇게 감정을 감추지 못해 큰 일은 어떻게 하시려고 이럴까. 작게 혀를 찬 남자가 상체를 뒤로 젖혀 소파에 등을 기댔다.
"수작이면, 넘어오려나?"
여전히 남자의 말은 닿지 않았다. 제게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그는 소문과 꼭 같아서 남자는 그가 재밌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결국 반응없는 그에게서 시선을 뗀 남자가 흥미잃은 얼굴로 고개를 돌리니 졸지에 무시를 당한 꼴이 되버린 남자가 일그러진 얼굴을 감추지 않은 채 손을 들어 그를 불렀다.
"경수야."
"예, 형님."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채 석상처럼 서있던 그가 움직였다. 남자는 대놓고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경수가 제 말에만 반응하는 것을 과시했다.
"구두가 더럽네. 좀 닦아라."
세상에.
백현의 옆에 앉아있던 민석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백현은 꼬고앉은 다리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피아노 치듯 두드렸다. 사사건건 저를 경계하고 싫어하는 건 익숙한 일이었지만 가벼운 농담 하나에 보이는 반응치고는 과했다. 그만큼 뺏기기 싫다는 걸까. 아니, 어쩌면 그의 존재가 가진 무게 때문인지도 몰랐다.
과장된 몸짓으로 다리를 들어올린 남자, 변중현이 발끝을 까딱거리자 경수라 불린 사내는 당연하다는 듯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발을 제 무릎 위로 올렸다. 자칫 굴욕적이기까지 한 태도였기에 지켜보던 몇몇이 인상을 구겼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제 소매를 끌어 구두를 닦아내는 손길은 조심스럽고 충성스러웠다.
백현은 고개를 기울인 채 경수를 바라봤다. 일부러 제게 굴욕을 주는 것을 알면서도 중현의 곁에 있는 그가 신기했다. 온전한 충심일까. 그의 특별한 출신을 놓고 본다면 굳이 중현의 발닦개 노릇을 하지 않아도 조직 내에서 한자리 차지할 수 있을텐데. 온전한 충심이라면 꺾어서라도 제 것으로 삼고 싶었다. 온전한 충심이 아니라면, 그게 무엇이 됐든 뺏어서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백현은 아쉬운 마음을 숨긴 채 흥미잃은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백현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게 못마땅한듯 인상을 구긴 중현이 남은 발을 들어 경수의 머리 위로 올렸다.
"저...!"
아무리 부하라고 해도 그렇지.
놀란 민석이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킬 듯 들썩거리자 그 팔을 잡아누른 백현이 경고하듯 눈짓을 보냈다. 위계질서가 철저한 조직, 그 안에서 낮은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고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중현을 바로 옆에서 모시고 있는 자이다. 밑에 부리는 애들만 기백명이 넘어가는데 그런 남자의 머리 위에 발을 올리다니.
아무리 제 부하라고 해도 과한 행동이었다. 민석은 흘깃 백현의 눈치를 살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저렇게 공개적으로 경수를 짓밟으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은연중에 아랫것들도 경수를 무시할 게 뻔했다. 자칫하다간 경수의 위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행동이었는데도 중현은 거리낌없이 경수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었다. 그 자연스러운 행동에 이게 한두번의 일이 아니었음을 직감한 민석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경수를 돌아봤다.
대체 뭐 때문에, 당신같은 사람이.
구둣발에 머리가 짓밟힌 그는 여전히 제 소매로 중현의 구두를 닦고 있었다.
-
홍콩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운영하던 스탠리 호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보디가드를 자처했던 변무호는 백현과 중현의 조부였다. 삼합회 방장의 딸과 홍콩으로 유학왔던 한국인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변무호는 스탠리 호와의 친분을 기반으로 홍콩 삼합회의 방장이 되어 권력을 누렸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 홍콩에 유입된 외국 카지노들과 스탠리 호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자리가 위태로워진 변무호는 홍콩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으로 거처를 옮긴다. 홍콩의 모든 돈을 쓸어모으다시피 하던 카지노의 간부였기에 그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축적하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맥과 세력을 손에 넣은 그는 단시간에 서울에서 손꼽히는 조직 B를 만들었다.
수완이 좋던 그는 정재계와 돈독한 관계를 쌓으며 제 조직을 견고하게 만들었지만 이미 칠순을 지난 나이였기에 후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총 네명이었는데 그 중 백현의 아버지는 셋째였고 중현의 아버지가 맏이였다. 대부분의 후계 구도가 그렇듯 변무호의 장남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었지만 변무호는 이렇다 할 확답을 주지 않은 채 후계에 대한 이야기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백현의 아버지였던 백준은 후보에 거론된 적도 없을 정도로 그 심성이 조직과 거리가 멀었으나 모순적이게도 변무호는 제 아들들 중 백준을 가장 아끼고 사랑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그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변무호는 무리해서라도 그를 후계에 올렸을 거라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그건 모두가 알고있는 소문이긴 했지만,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건 대부분이 알지 못했다. 실제로 변무호는 제 아들인 백준에게 자신의 조직을 물려주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었던 상황으로 갑작스런 사고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 사고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손자 백현을 발견한 변무호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언젠가는 제게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 기대했던 변무호의 장남은 대놓고 저를 무시하는 변무호의 태도에 분노했지만 팔순에 다다른 나이에도 정정했던 변무호는 제 아들이 아닌, 제 손자들 중 후계를 결정하겠다고 공표한다.
모두가 눈치챘듯, 백현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백현은 제 할아버지의 보호 아래 빠르게 성장했는데 아버지인 백준보다는 조부 변무호를 닮은 점이 많아 그가 매우 흡족해했었다. 그러나 장남의 아들이자 변무호의 장손인 변중현은 이미 성인의 나이로, 벌써부터 조직 내에 자신의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게다가 장남을 따랐던 이들이 모두 그대로 중현의 편에 섰기 때문에 백현은 성인이 되기도 전부터 수많은 위협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 변무호는 팔순을 넘어서도 아무런 이상없이 조직을 이끌었고 그의 눈치를 살피느라 중현 무리가 대놓고 백현을 건드리지 못한 덕에 백현은 무사히 성인이 될 수 있었다. 성인이 된 뒤 더이상 거리낄 것이 없어진 백현은 드디어 전면에 나서 조금씩 조직에 제 영역을 넓혀갔다.
3년 전, 변무호가 데려왔던 남자의 등장만 아니었다면 백현은 이미 왕좌를 손에 쥐었을 것이다.
도경수.
남자의 이름은 도경수였다. 홍콩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는데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는 스탠리 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던 변무호가 홍콩에서 가지고 온 유일한 것이었다. 작은 체구에 바싹 마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있는 것이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백현의 예상대로, 그는 홍콩에서 실력좋은 칼잡이로 알려졌다고 했다. 변무호는 그가 앞으로 조직의 일을 도울 것이라고 얘기했고 백현은 그를 안일하게 넘겼다.
그게 실책이었다. 변무호가 데려온 사람이었기에, 당시 진행하던 중동 지역의 호텔 건설 수주에 정신이 팔렸던 백현은 그가 당연히 제 사람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마침내 건설권을 손에 쥔 백현이 아랍에미리트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경수가 중현의 옆에 선 뒤였다. 아차 싶었지만 상당히 충직한 모습을 보이는 그를 설득하기는 어려웠다.
경수는 조직에 들어온 뒤 변무호에게 상당한 신임을 받고있던 상황이었기에 항간에는 변무호의 마음마저 중현에게 기운 것이 아니냐는 말이 은근하게 떠돌았다. 중현이 노린 것이 분명했지만 경수를 놓친 것은 백현의 실책이 분명했기에 백현은 이렇다할 말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변무호에게 말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민석이 조심스레 권했지만 강제적으로 경수를 끌고오는 것 같은 모양새가 탐탁치 않았던 백현이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경수가 저따위 취급이나 받으면서 개처럼 기고 있을 줄 알았다면, 그냥 어떻게든 제게 데려올 걸 그랬나.
백현은 변무호의 부름에 자리를 비운 중현의 빈자리를 바라보다가 그 옆에 멀뚱히 서있는 경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리 안 아파요?"
"...."
"앉아있어요.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양손을 모아 쥔 자세로 눈만 깜빡거리는 경수는 여전히 제 말을 무시했다. 백현은 턱을 괸 채 그런 경수를 바라보다 목소리를 낮췄다.
"도경수 실장."
"...."
"명령하면 앉을래요?"
"...변 이사님께서,"
"변 이사는 난데."
"제가 말한 건 변중,"
"변중현은 이사가 아니라 변 실장."
"...."
"아직 이사 직책 못 받았잖아."
커다란 눈이 마침내 제게 향했다. 백현은 미소 띈 얼굴을 지우지 않은 채 고개를 치켜들었다. 백현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중현은 얼마 전까지 실장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백현이 중동 건설 계약권을 따는데 성공하면서 이사직에 오른 것과 달리 중현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계속해서 실장으로 불렸다. 그나마 같은 실장직을 맡고있는 경수가 중현을 모시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중현을 이사 자리에 앉히려는 물밑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실장이 맞았다.
"곧 되실 겁니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
"왜 변중현이었어요?"
"...."
"도 실장이 누군가를 따르는 게 어떤 의미가 될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 않았을텐데. 굳이 변중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말씀드릴 이유 없는 걸로 압니다."
"후회하진 않아요?"
"네."
"내가 진심으로 도 실장을 원한다면 나한테 올 생각은 있어요?"
"변 이사님."
"네."
"수작부리지 마세요."
때마침 들어온 윤 비서가 백현을 부르지 않았다면, 백현은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저도 모르게 입가를 가린 백현은 저를 부르는 윤 비서의 목소리에 몸을 일으키면서도 입가를 가린 손을 떼지 못했다. 매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무표정한 얼굴만 하고 있던 경수였다. 그나마 보이는 반응이 눈을 굴리는 것뿐이니 그의 목소리는 인사를 하거나 중현에게 대답할 때를 제외하곤 들어본 적이 없었다. 민석의 눈짓에 무거운 걸음을 옮기던 백현은 참지 못하고 등을 돌려 경수를 바라봤다.
"계속 부리면 어떡할 건데?"
순간적으로 일변한 경수의 얼굴에 대고 저도 모르게 이를 드러내며 웃어버린 백현은 윤 비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도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감정을 드러내는 얼굴이 생각보다 더 어려보였다. 예전에 들었던 기억으로는 아마 저와 비슷한 연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안 그래도 큰 눈이 동그란 모양새를 하자 왠지 더 놀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치밀었다.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낸 백현은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에 괜히 제 볼을 꾹꾹 누르며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민석이 계속 팔을 두드리며 주의를 주는 덕에 정신이 없었다. 백현은 알았다는 듯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얼추 진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묻은 채였다.
"...."
그러나 코너를 돌기 무섭게 보이는 변중현의 얼굴에 그나마 묻어있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백현은 저를 본 체 만 체 하며 지나치려는 중현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를 멈춰세웠다.
"변 실장님."
"뭐?"
"왜요, 무슨 문제 있나요?"
"야."
"아, 아니면 형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형님?"
백현보다 10살이 더 많은 그는 아직까지 실장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백현을 이사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서 백현에게 말을 걸어야 할 일이 생기면 주변 수하들을 시키거나 민석에게 말을 거는 그를 잘 알고 있던 백현은 약올리듯 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너...."
"나보다 열살이나 쳐드셨으면 어른답게 구셔야죠, 형님. 내 앞에서 애처럼 애들 괴롭히기나 하고. 창피하지도 않은가?"
"이 새끼가 근데,"
"적당히 하자고요, 변 실장. 그렇게 원하는 이사 자리 앉으려면 내 찬성표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응?"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자 고통을 느낀 듯 벌어졌던 입술을 감쳐문다. 백현은 어깨뼈를 부술 듯 손에 힘을 준 채 그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밀듯이 손을 놨다.
"주제 파악하시라고, 변 실장. 지금 네가 내 앞에서 까부는 건 그나마 재밌어서 내가 봐주고 있는 거니까."
"전무님,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굴욕감에 일그러진 중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백현은 저를 재촉하는 윤 비서의 목소리에 겨우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심상찮은 대화를 모두 들었을텐데도 윤 비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역시 변무호 회장을 지척에서 모시는 수행비서라 그런 건가. 백현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중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고는 느긋한 걸음을 다시 서둘렀다.
-
도경수의 어머니는 변무호가 사랑했던 여인이었다. 믿기지 않은 얘기였지만 변회장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은 얘기였으니 거짓일리는 없었다. 백현은 제 조부의 사랑을 쏙 빼닮았다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리깐 눈이 분주한 움직임을 따라 주르륵 미끄러내리는데도 남자는 제 시선 한번 느끼지 못한 채 묵묵히 앞을 보며 걷고 있었다.
변중현의 개라고 불리는 그가 백현의 것이라고 알려진 강남 모처의 클럽까지 올 일은 뭘까. 백현은 턱을 괸 손으로 뺨을 두드렸다.
홍콩에 있던 시절, 변무호는 자신이 아끼던 수하 중 하나에게 칼을 맞았다. 그 때 그를 구해준 것이 바로 경수의 어머니였는데 그녀는 구룡성채 집창촌에 사는 작부 중 하나였다. 그 당시에는 경수가 태어나지 않은 시기였기에 두 사람은 변무호의 상처가 대강 치료될 때까지 함께 살았는데 그러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안 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얼마 가지 않아 헤어졌고, 그녀를 잊지 못한 변무호가 두달 뒤에 다시 그녀를 찾았을 땐 그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백방으로 찾으려 해도 찾을만한 단서가 없어 포기했는데 뒤늦게 그녀의 아들을 찾았다.
백현은 경수가 저를 찾는다는 민석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그가 저를 보러 온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민석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기려던 백현은 순간적으로 치미는 변덕에 걸음을 멈췄다.
"이사님?"
"가지 말까?"
"네?"
"내가 안 가면, 기다릴까?"
흥미가 잔뜩 묻어나는 얼굴에 난감한 얼굴을 한 민석이 백현을 불렀다. 그렇게 충직한 태도를 보이던 이가 갑작스레 백현을 찾아온 것도 심상치 않은데 이런 때 변덕을 부리는 백현이라니. 민석은 습관처럼 생기는 두통에 절로 이마를 딮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사님...."
"나 지금 바쁘다고 해."
"이사님."
"한번 보자. 기다릴지, 그냥 갈지. 기다리면 얼마나 기다릴지, 왜 기다릴지. 한번 보자."
어느새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백현이 손깍지까지 낀 채 여유를 부리자 골치아프다는 듯 끙, 앓는 소리를 내던 민석이 소매를 걷어 시계를 살폈다.
"...한시간입니다."
"두시간."
"이사님."
"얼마나 기다릴지 볼 거라니까. 두시간도 부족해."
"...."
"4번 룸으로 모셔."
미치겠다는듯 혀를 찬 민석이 서둘러 멀어지자 백현은 팔짱을 낀 채 동떨어진 섬처럼 멀뚱히 서있던 경수를 떠올렸다. 조금 고민이 됐다. 변무호의 신임을 받고 있는 그는 필요하지만 백현이 조직의 수장이 된 뒤에도 그가 필요할지는 의문이었다. 뛰어난 칼잡이라고 하긴 하지만 백현에게도 실력이 좋은 칼잡이들은 여럿 있다. 굳이 그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거다. 실제로 백현은 경수가 중현의 옆에 섰을 때도 큰 아쉬움을 느끼지는 못했다. 변무호에게 신임을 받고있는 그의 위치나 영향력은 충분히 필요한 것이었지만 그건 변무호에게 편애를 받고 있지 않을 때 얘기였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 변무호에게 편애를 받고 있는데 굳이 그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경수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백현에게 경수는 내가 굳이 가질 필요는 없지만 경쟁자에게 넘어가면 조금 골치아픈, 겨우 그 정도의 존재였으니까.
계륵과도 같은 존재인데다 중현의 곁을 24시간 지키는 상황이니 백현은 경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얼마 전 중현에게 거의 짓밟히다시피 하던 경수의 모습이 제대로 대화를 나눈 첫 만남이었으니 말 다했지.
백현은 손짓으로 수하를 불렀다. 기민하게 뜻을 알아차린 남자가 4번 룸의 cctv 영상을 띄운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올리자 만족스러운 얼굴로 팔짱을 낀 백현이 화면 속 경수의 얼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민석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은 경수는 마치 동상처럼 앉은 자리에서 꿈쩍을 하지 않았다. 아예 상까지 차리도록 해서 간단한 과일 안주와 샴페인잔을 손에 든 백현은 달큰한 향을 풍기는 샴페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cctv속 경수를 구경했다.
30분, 1시간.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견디지 못하고 스트레칭이라도 했을 시간에, 경수는 처음 앉은 자세에서 작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은 채 앉아만 있었다. 백현은 그제야 경수가 이러고 있는 이유를 확신했다. 변중현의 명령이구나.
흥미가 식었다. 변중현 몰래 왔다면 이렇게 긴 시간동안 동요 한번 없이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단번에 지루한 기색에 젖은 백현이 깍지낀 손으로 손등을 두드렸다. 벌써 일곱번째, 시계를 확인한 민석이 이제 가보시는 게 어떻겠냐며 조심스레 묻자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난 백현이 조금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보내."
"네?"
"보내라고, 쟤."
가벼운 턱짓이 태블릿을 가리키자 경악을 숨기지 않은 민석이 머뭇거리다 손을 들었다.
"도경, 수씨요? 보내라고요?"
"...왜 요새 자꾸 내가 말을 두번 하게 하지?"
"죄송합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제법 가벼운 얼굴을 하고 있던 백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서늘해지자 아차한 민석이 허겁지겁 고개를 숙였다. 괴롭힘을 당하다시피 하던 경수에게 신경이 쓰여 저답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민석은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와 냉정하게 일을 처리했다. 아무리 기별없이 찾아온 것이라곤 해도 조직 내에서 제법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를 홀대한 상황이었기에 민석은 내심 긴장한 상태였는데 경수는 생각보다 순순한 태도로 민석의 말을 받아들였다.
"연락없이 왔으니 어쩔 수 없겠죠. 다음 번에 다시 오겠습니다."
정중하게 허리까지 숙여가며 인사를 하는 태도에 어찌 마음이 약해지지 않으랴. 민석은 백현이 클럽에 자주 들리는 시간대를 슬쩍 흘리며 그를 배웅했다. 생각지 못한 친절에 당황한 경수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긁적거리다 우물거렸다.
"제게 말씀해주셔도 괜찮은 겁니까?"
제 보스에 대한 행적을 흘리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걸 아는 경수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놀라자 생각보다 어린애같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 민석이 끌어올린 입꼬리를 숨기지 않은 채 어깨를 으쓱였다.
"변 이사님은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사실은 철저한 계획주의자고 완벽주의자입니다. 보통 하루의 일정을 정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개월간 그 사이클을 유지합니다. 특별한 일정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처리하십니다. 신변을 노리는 놈들이야 있지만 그런 자들 때문에 굳이 자신의 일정을 변경해야 할 필요를 느끼진 못하시고요. 이는 이사님이 곁에 있는 자들에게 보이는 신뢰이기도 하고, 이사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금껏 이사님을 노리는 일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오늘 여기, 이 시간에 이사님이 오실 거라는 걸 다들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감히 이사님에게 달려들지는 못하는 거죠."
내뱉는 말 사이로 새어나오는 단단한 신뢰와 보스에 대한 충성심이 괜히 눈부셨다.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표정에 괜히 민석의 표정을 흘깃거린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여기까지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차까지 함께 가시죠."
"괜찮습니다. 일이 바쁘실테니 이만 들어가보세요."
"도 실장님 배웅을 제대로 하는 게 제 일입니다. 비록 경쟁하는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도 실장님의 실력이나 성품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존경심도 있고요. 지금이 아니면 다시 대화를 나눌만한 기회도 마땅치 않을텐데 좀 더 시간을 내주세요."
미소까지 띈 얼굴로 정중하게 대하는 민석의 말에 경수의 표정에 망설임이 묻어났다. 차까지 함께 가며 배웅하는 일이야 흔한 일인데 이를 망설이는 경수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낀 민석이 이유를 묻기 위해 입을 여는 찰나, 그보다 앞서 민석을 부른 경수가 민망한 기색이 묻어나는 얼굴로 웃어보였다.
"차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네?"
"저는 변중현 실장님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혼자 움직일 때는 따로 차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럼 여기까진,"
"번화가라 버스가 많아서요."
세상에.
민석은 경악을 삼켰다. 저조차 혼자 이동할 때는 차를 이용했다. 직책 하나 없는 말단들도 둘 이상 움직일 때는 차로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시피 했고 특히나 백현은 이런 일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 차량이라던지 식사라던지 하는 사소한 일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그런데 혈혈단신의 몸으로 혼자 여기까지 오다니. 무려 실장까지 달고 있는 사람이 버스를 타고 왔다는 것에 당황한 민석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제 입을 가렸다. 민석의 반응을 눈치챈 경수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여기까지 배웅해주신 걸로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정중한 인사는 더 큰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엄밀히 따지자면 라이벌. 게다가 민석이나 경수는 백현과 중현만큼이나 껄끄러운 사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경수가 민석을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정중하고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은연중에 비치는 어리숙한 태도나 쉽게 뺨을 붉히는 모습이 경수를 제 나이처럼 보이게 만들어 민석은 저도 모르게 경수에게 마음이 약해졌다. 빠른 걸음으로 벌써 저만치 멀어진 경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민석은 잠시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이마를 긁적이다 걸음을 뗐다.
"잠시만요!"
형은 가끔 안 어울리게 너무 다정해.
정신 좀 차리라는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짓던 백현의 얼굴이 문득 눈 앞을 스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민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를 돌아보는 경수를 향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미소를 내보였다.
"데려다드릴게요."
-
-어떻게 됐어.
"김 실장 차를 타고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그 새끼 그거 변백현 뒤나 빨면서 돌아다니는 새끼니까 잘 구슬리면 알아서 술술 불거야. 좀 덜떨어졌더라고."
남을 비난하는데 거침없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잠시 눈을 내리깐 경수는 굳게 닫힌 입술을 억지로 열어 대답했다. 제가 모시는 주인이 한심한 종자라는 것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가장 잘아는 것이었다. 경수는 터져나오는 한숨을 삼키며 쉬지 않고 이어지는 중현의 말을 흘려들으려 애썼다. 감히 그럴 배짱도 없으면서, 말로는 민석의 뺨을 수차례 내리친 중현이 잰 체를 하며 경수에게 당부했다.
-가면서 변백현에 대한 것 좀 제대로 털어내.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그 새끼 약점은 물론이고, 취향이나 습관 같은 거. 응? 사소한 것도 빠짐없이,
"차 나왔습니다. 전화 끊어야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해.
더 이상 듣고 있는 것이 거북해 나오지도 않은 차 핑계를 댄 경수는 다급한 척 연기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저 통화를 했을 뿐인데, 귀가 더러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의식중에 귀를 만지작거린 경수는 이내 정말로 제 앞에 멈춰서는 검은 벤츠에 자세를 바로했다. 민석에게 했던 말은 민석의 동정을 얻어내려 일부러 내뱉은 것이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중현은 경수에게 쓰는 모든 것을 아까워했다. 아니, 단순히 경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중현은 제 주변의 모든 이에게 베푸는 것을 싫어했다. 제 부하들이고, 저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들이 먹는 것, 마시는 것, 심지어는 일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데 드는 차비조차 아까워했다. 원래라면 지급됐어야 할 업무 차량이 나오지 않은 것도 그런 중현의 성격 때문이었다.
더럽고 치사한 새끼.
감히 누구도 알지 못할 욕지거리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차문을 연 경수가 조수석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감사 인사를 했다.
"별 말씀을."
그런데 목소리가.
경수는 안전벨트를 당겨 매려던 손을 파드득 떨었다. 덕분에 끌어당겨졌던 벨트가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경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쥔 남자를 바라봤다.
"변 이사님."
"마침 나 퇴근하는 길이거든. 가는 길이라 데려다 주려고."
방금까지 저를 기다리게 했던 주제에, 뻔뻔하기 짝이 없다. 경수는 당장이라도 터져나올 뻔한 헛웃음을 눌러삼킨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감사합니다."
"집으로 가는 거야? 사무실?"
"가는 길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둘 다 가는 길에 있어."
"제 집이 어딘 줄 아시고요?"
"어딘데."
"...정릉동이요."
"응, 거기 지나."
이번에는 헛웃음을 참을 새도 없었다. 경수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백현의 자택이 청담동에 위치했다는 걸 모르는 조직원은 없었다. 여기서 차를 타고 2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뜬금없이 다리는 왜 건너. 되도 않는 말장난에 어이가 없었다. 경수는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근처 지하철 역에서 세워주시면 알아서 가겠습니다. 번거로운 일 하실 필요 없습니다."
"번거롭다고 누가 그래?"
"아니면 굳이 20분이면 가실 거리 두배로 늘리시는 이유가 뭡니까."
"얼굴 좀 보고 싶어서."
"...."
"도 실장 얼굴은 제대로 보기가 힘들잖아. 변중현이 워낙에 싸고 돌아야지."
"호칭 똑바로 해주십시오."
"나는 왜 찾아왔어? 변중현이 뭐 물어오래?"
"그렇다고 하면 주실 겁니까?"
"줄 수 있는 거면?"
"변 이사님."
"여긴 어차피 둘뿐이고 네 얘길 들을 사람은 나 하나고. 변중현은 너한테 내 정보 캐오라고 적당한 구실 하나 만들어줬으니 우리 둘이 같이 차타고 가는 걸로 의심하진 않을테고. 완벽한 상황 아니야?"
"...."
"그러니까 말해보라고. 뭐야?"
"...변 이사님."
"뭘 약점 잡혔어, 너?"
무슨 목줄이 쥐어졌니, 그 새끼한테.
-
차 안에는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퇴근 시간이 비껴갔음에도 막히는 도로에 핸들을 툭툭 두드린 백현이 지루한 얼굴로 하품을 했다. 그 평온한 얼굴을 보며 잠시 머리칼이 삐죽 서는 느낌을 받은 경수가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한참이나 말이 없는데도 백현은 재촉하지 않았다. 어차피 교통 체증은 심했고 시간은 많았다. 백현은 서두르지 않으며 경수가 스스로 넘겨줄 목줄을 기다렸다.
"...동생이 있습니다."
5분동안 10미터는 갔으려나. 기어가듯 하는 앞차를 바라보며 아예 턱까지 괸 채 지루함을 드러내던 백현이 불쑥 말을 꺼내는 경수에 고개만 돌려 경수를 바라봤다. 가로등에서 쏟아지는 빛을 어깨로 맞으며 눈을 내리깐 모습이 보였다. 백현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긴 했었는데, 이렇게 자세히 뜯어보다보니 경수는 꽤나 눈길을 끄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예쁘다기보단 잘생겼다는 것에 더 가까운데도 보고 있으면 괜히 탐욕이 치솟는 얼굴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짙은 눈썹이나 커다란 눈, 쌍꺼풀. 내리깐 속눈썹은 그늘을 만들 정도로 길고 두터웠다. 반듯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마와 그 사이로 떨어져내리는 곧은 콧대. 그런데 콧망울이 동그랗게 맺혀서 깨물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니, 아니지. 그보다는 좀 더 깊게 패인 인중과, 그 밑에-
"이부동생입니다. 아버지가 달라요. 그게 누군지는 모르고요. 어머니께서는 많은 것을 알면 죽을 거라고 하셨어요. 동생의 친아버지는 동생만 압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론 동생과 둘이서 지냈는데 동생의 몸이 좋지 않습니다. 변, 중현이.... 동생을 데리고 있어요."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E병원 VIP룸에서 한번 봤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옮겼고,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몰라요."
"살아있는 건 맞고?"
굳게 감쳐문 입술이 도톰하기 짝이 없다. 건드리면 터질 것처럼 잘 익은 과육같이 부풀어오른 것이 당장이라도 이를 세워 깨물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웠다. 백현은 치미는 허기를 참으며 혀를 내어 입술을 쓸었다. 잠시 침묵하던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주 다른 주제로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가 어떤지, 오늘이 몇일인지 모두 확인했습니다. 확실히 살아있습니다."
"으음, 동생이 인질이라.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건? 동생을 찾아주면 돼?"
"아니요."
예상보다 확고한 거절이었다. 백현은 의외의 대답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가끔은 변무호 회장마저 눈빛이 싸늘하다며 꺼리는 제 눈을 똑바로 마주한다. 처음으로 제 시선을 온전히 마주하는 상대에 흥미를 느낀 백현이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도톰한 입술이 소리를 냈다.
"변중현을 죽여요."
내뱉는 말조차 아찔하네.
백현은 시야가 어질한 것을 느끼며 이를 드러내 웃었다.
세상에.
"키스해도 돼?"
"죽여주면요."
"나 죽이는데."
"그 새끼 죽이면."
"...."
"내가 먼저 발가벗고 침대로 뛰어들테니까."
죽여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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